5~7세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시기입니다. 이 글은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감정을 배우고 표현하는 법을 통해 아이의 사회성과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감정코칭 전략을 소개합니다.
왜 5~7세에 감정코칭이 중요할까?
7세는 유아기 후반으로, 아이의 사회성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정서 표현이 본격화되는 시기입니다. 또래 친구들과의 갈등이 생기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하며, 좌절, 분노, 질투, 서운함 등 복잡한 감정을 처음 겪게 됩니다. 이때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은 평생의 인간관계와 자존감의 기초가 되며, 초등 입학 전 반드시 길러야 할 핵심 역량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시기의 감정을 ‘떼쓰기’ 혹은 ‘버릇 없음’으로만 판단해 훈육 중심으로 접근하곤 합니다. 그러나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강해지며, 특히 아이는 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른 채 혼란을 겪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을 무조건 참게 하거나 혼내는 방식은 감정 억제, 공격성, 사회적 회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감정코칭이 필요합니다.
감정코칭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왜 또 울어?”보다는 “속상했구나, 무슨 일이 있었어?”로 접근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때 비로소 감정이 안정됩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는 감정을 언어화하고 상황을 되돌아보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 표현과 조절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감정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놀이처럼 배우는 감정코칭 실천 방법
감정코칭은 지시나 훈육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야 아이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배우고 표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놀이형 감정코칭은 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대표적인 놀이 방법은 감정카드 놀이입니다. 다양한 표정의 카드나 이모지를 보여주며 “이 표정은 어떤 기분일까?”,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어?” 하고 대화해보는 방식입니다. 아이는 카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빌려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표정 따라하기 게임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화난 표정 따라해볼까?”, “기쁜 얼굴은 어떤 모양일까?”처럼 표정을 지으며 거울을 보는 활동은 감정과 표정 사이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학습시킵니다. 역할극 놀이도 강력한 도구입니다. 인형극이나 그림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직접 연기해보도록 유도하면 훨씬 깊은 감정 이입이 가능합니다.
감정 단어 늘려주기도 꼭 필요합니다. “화났어” 외에도 “짜증 났어”, “서운했어”, “억울했어”처럼 감정 어휘를 늘려주면 아이는 미묘한 감정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의 말투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 울어?” 대신 “속상했구나”, “놀라서 무서웠겠다” 같은 말은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하나 추천할 활동은 감정 일기 또는 감정 주사위 놀이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 색깔이나 그림으로 그려보자”는 식의 감정 일기는 표현력을 키우는 데 유용하고, 감정 주사위를 던져 나온 감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접근법입니다. 이처럼 놀이를 통해 감정을 배우면, 아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다루는 방법’을 체득하게 됩니다.
부모가 먼저 감정코칭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부모의 감정 표현 방식이 아이의 감정 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화가 날 때 큰소리를 내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아이도 동일한 패턴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엄마도 지금 화가 났지만, 말로 해결해볼게”라고 말하면, 아이는 감정과 상황을 분리해서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무작정 혼내기보다 “그럴 수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줘”라고 말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아이는 이후 분노 폭발, 눈물 참기, 친구와 거리두기 같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감정을 말로 풀어낸 아이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가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특히 육아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부모도 감정 여유가 없습니다. 그럴 땐 “엄마도 오늘 힘들어서 잠깐 쉬고 싶어”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감정 모델링입니다. 감정코칭은 완벽한 감정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이런 태도와 언어는 단순히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넘어서, 평생의 감정관리 능력, 인간관계, 나아가 학습 능력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이 안정된 아이는 집중력, 공감력, 자기조절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감정이라는 언어를 알려주는 일, 그것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입니다.
감정코칭을 배우고 싶은 부모를 위한 추천 책
감정코칭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부모의 철학과 태도까지 포함된 양육 방식입니다. 부모가 감정코칭을 배우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①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
감정코칭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책입니다. 세계적 심리학자인 가트맨 박사는 이 책에서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감정코치형 부모’가 되는 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실제 사례와 대화 예시가 풍부하여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감정 억압형, 방임형, 훈육형 부모와 비교하면서 감정코칭이 왜 효과적인지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② 『엄마의 말 공부』 – 이임숙 소장
국내 상담심리 전문가인 이임숙 소장의 책으로, 아이의 감정을 읽고 소통하는 말을 훈련하는 데 집중한 책입니다. 육아 중 “이럴 땐 뭐라고 말하지?”라는 고민을 자주 하는 부모에게 특히 유용하며, 감정을 받아주는 말버릇, 갈등 조절 언어 등을 실제 사례로 설명합니다. 말투 하나로 아이의 감정이 안정되고, 부모와의 신뢰도 높아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③ 『아이의 감정을 읽는 시간』 – 김수연 소아정신과 전문의
아이의 감정 발달과 뇌 발달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책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쉽게 풀어줍니다. 감정이 단순한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발달 중인 능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제공합니다. 특히 감정폭발, 분리불안, 짜증 등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며, 대응법도 제시해줍니다.
이러한 책들을 천천히 읽으며, 내 아이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 자신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부모로 성장해보세요. 감정코칭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가족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집니다.